탈무드 - 랍비와 이웃이 된 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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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비와 이웃이 된 백정



랍비 시몬은 어느 날 천국에서 자기의 자리가 어디쯤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하나님께 그것을 가르쳐 달라고 기원을 했다. 하나님은 시몬의 자리가 어느 백정의 자리 바로 옆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랍비 사몬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밤낮으로 성전 연구와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만 전념하고 있다. 나의 마음은 온통 신앙심으로 가득차 있고, 주위에서도 나를 현명한 랍비라고 칭송하고 있는 입장이 아닌가. 그런데 한낱 백정을 이웃으로 해야 한다니.... 어디 한번 가서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아야겠다.'

이웃이 될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진 랍비는 그 백정이 사는 곳으로 찾아갔다. 그리고는 그 백정의 손님이 되어 여러 날을 머물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랍비는 백정에게 물었다.

"그대는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하여 왔는지 얘기를 좀 해보게. 몹시 궁금하다네."

"뭐, 얘기할 것이 있겠습니까. 저는 죄가 많은 사람으로서 성서는 전혀 읽은 바가 없습니다. 처음부터 백정의 직업을 가졌었고 덕분에 돈은 좀 벌었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부터는 저도 선행을 베풀고 싶어서, 매주 이 고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고기를 나누어주고 있습니다. 헌금도 자주 하는 편이죠."

그 말을 듣고 현자는 말했다.

"그 밖에 또 무슨 선행을 했는지 들려주시오." 그러자 백정은 과거에 잠깐동안 세무원으로 일했을 때 있었던 일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언젠가 이런 일이 있었죠. 어느 날 배가 입항하여 제가 그 배로부터 세금을 받고 막 돌아가려 할 때였습니다. 돌아서는 나를 선장이 부르더군요.

"정말 멋진 물건이 있는데 살 생각이 없으시오? 꼭 당신한테 팔고 싶은데...."

"그게 무엇인데요? 뭔지 알아야지요."

"돈을 내기 전에는 가르쳐 줄 수 없지요. 사겠소? 아니면 팔겠소? 안 사겠다면 가시오."

"그것의 가격이 얼 만데요?"

"일만 냥만 내시오."

"도대체 그 물건이 뭔지 알아야 살 것 아니겠소? 내 그 물건을 꼭 살 테니 귀뜸이라도 해주시오. 뭔지 감은 잡아야 사든지 말든지 하지 않겠소?"

"사만 냥이오. 사겠소, 말겠소?"

내가 되물을 때마다 그는 대답을 않고 값만 자꾸 올리더이다. 그래서 무엇인지 오르지만 뭔가 귀한 물건인가 보다고 생각하고는 그 가격에 물건을 사기로 했지요.

"우선 돈부터 내시오. 물건을 넘겨드리리다."

그래서 저는 돈을 치렀죠. 돈을 받은 선장은 배 밑창에 있는 창고에서 2백 명의 유태인 포로들을 끌고 와서 내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사지 않았다면 이 2백 명의 사람들은 모두 바닷물에 빠져 고기밥이 되었을 것이오."

저는 그 사람들을 집으로 데려가 먹이고 옷도 새로 갈아 입혔습니다. 그 중에는 미혼 남녀도 꽤 있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들을 서로 짝지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들 중 눈에 뜨이는 유난히 아름다운 처녀가 있었습죠. 그래서 제 아들의 신부 감으로 삼으려고 했습니다. 마침내 제 아들과 그 처녀 아이가 결혼하는 날이 되었죠. 많은 사람들의 기쁜 얼굴 속에서 유독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 어느 젊은이가 마음에 걸리더군요. 그래서 밖으로 조용히 불러내어 그 연유를 물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렇게 슬픈 표정을 하고 있느냐?"

처음엔 아무 대답도 않더군요. 내가 재차 묻자 그는 대답했습니다.

"오늘 댁의 아드님과 결혼하게 되는 처녀는 바로 나의 아내가 될 여자였습니다. 우리 유태인 2백여 명이 포로로 잡히던 그날이 바로 우리 두 사람의 결혼식 날이었죠. 결국 결혼식도 못 올리고 포로 신세로 끌려 다니다, 오늘 그 여자가 결혼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슬프지 않겠습니까." 나는 은 2백 냥을 내놓으며 그 처녀를 잊을 수 없겠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그 젊은이는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덧붙여 말했습니다.

"나는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그녀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녀와 나의 주인이자 은인이나 마찬가지이므로 그녀를 당신의 며느리로 삼고 싶으시다면 그렇게 하십시오. 그러나 돈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그의 얘기를 듣고 나는 그것을 나의 아들에게 자세히 이야기했지요. 그러자 아들이 그 처녀를 양보하겠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 젊은이와 그 처녀를 결혼시켜 주었지요.

그 백정은 회상하듯이 이야기를 마치고는,

"아마도 무언가 선행을 했다면 바로 그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고 덧붙였다.

이상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랍비 시몬은 감탄하며 말했다.

"그대의 이웃이 되는 것을 정말 기쁘게 생각하네."

자선을 행하지 않는 인간은 아무리 부자일지라도 맛있는 요리가 즐비한 식탁에 소금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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