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무드 - 족제비와 우물이 지켜준 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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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제비와 우물이 지켜준 맹세



젊은 여인 하나가 여행을 끝내고 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여인은 값비싼 보석으로 몸을 치장하고 있었고 얼굴도 무척 아름다웠다. 그러나 불행히도 여인은 길을 잃어 고생을 하게 되었다.

햇빛이 쨍쨍 내려쪼이는 한낮, 목이 타기 시작한 그녀는 물을 마시고 싶어졌다. 그런데 마침 멀지 않은 곳에 우물이 보였다. 기운을 차려 여인은 그곳까지 달려갔지만 곧 실망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그 우물에는 두레박이 없어서 물을 떠먹을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목이 마른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줄을 타고 우물 속으로 내려가 물을 마셨다. 그리고는 가까스로 원기를 회복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물을 실컷 마시고 다시 땅위로 올라가려 했으나 도저히 밖으로 나올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절망하여 울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침, 잘생긴 젊은이 하나가 우물 곁을 지나다가 여자의 울음소리를 듣게 되었다. 우물 속을 들여다보고 웬 여인이 있는 것을 발견한 젊은이는 그 여자의 정체가 의심이 되었다.

"너는 인간이냐? 귀신이냐? 정체가 무어냐?"

"저는 인간입니다."

"아니, 인간일 리가 없다. 아마도 너는 귀신인 모양이다. 나를 속이진 못할걸."

"믿어주십시오. 저도 인간입니다. 맹세합니다."

그녀의 맹세한다는 말에 젊은이는 우물속 여인의 말을 어느 정도 믿게 되었다. 그러나 의심이 완전히 가시지 않는지라 다시 물었다.

"당신이 사람이라면 왜 그런 곳에 들어가서 울고 있는 것이오?"

"물을 마시고 싶은데 두레박이 없어서 그만 이곳으로 서둘러 내려왔지 뭡니까. 그런데 다시 올라가려고 하니...."

여인의 아름다운 모습과 다소곳한 태도에 믿음이 간 젊은이는 밧줄을 구해서 우물 속으로 넣어 주었다. 그리고는 그녀를 구해주는 대신 몸을 바치겠느냐고 물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젊은이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고 하자, 그는 밧줄을 끌어올려 여인을 구해 주었다. 그녀가 우물 밖으로 나오자 젊은이는 여인을 끌어안고 몸을 뺏으려 했다. 젊은 여인은 그러는 그를 저지시키며 말했다.

"저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하나 묻겠습니다. 댁은 어떠한 분이십니까?"

"나는 이스라엘 사람으로 제사장 집안의 사람이오. 그리고 우리 집은 이러이러한 곳에 있소."

"저는 귀족 집안의 여식입니다. 그리고 댁도 이름 있는 집안의 자손인 듯하군요. 그런 분이 결혼에 대한 서약도, 결혼식도 없이 짐승들이나 하는 그런 짓을 하려 드시다니 하나님을 모시는 사람으로서 부끄럽지도 않으십니까? 부디 저의 부모님에게 찾아오셔서 허락을 받으십시오. 당신이 그렇게 한다면 당신과 결혼하겠습니다."

여인의 조리 있는 말에 젊은이는 자신의 성급함을 뉘우쳤다. 이윽고 두 사람은 장래를 약속했다.

"우리 약속에 누구를 증인으로 세우지요?"

그때 마침, 족제비 한 마리가 두 사람 옆을 지나갔다. 그것을 본 젊은이는 말했다.

"족제비와 우물을 우리 약속의 증인으로 하지요."

가까운 날에 젊은이가 처녀의 집을 찾기로 하고 두 사람은 서로 각자의 길을 떠났다.

집으로 무사히 돌아온 그녀는 우물가에서 한 약속을 충실히 지켜 청혼을 해오는 남자들을 모두 물리쳤다. 그들 중에는 집요하게 매달리는 남자도 있었다. 그런 남자는 결혼을 거절하면 죽어버리겠다고 우겨 그녀를 몹시 귀찮고 힘들게 했다. 마침내 그녀는 청혼자들 앞에서 미치광이 흉내를 내게 되었다.

자기가 입고 있는 옷은 물론이고 옆에 다가오는 자의 옷까지 갈기갈기 찢어 버리며 발광을 했다.

그녀가 평소엔 얌전하다가도 청혼해 오는 남자만 있으면 미친 사람처럼 행동했기 때문에 점점 그녀를 아내로 맞겠다는 사람이 줄어갔다. 그녀는 부모님의 근심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물가에서 만난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그가 청혼해 올 것만을 기다리며 살았다.

그러나 남자 쪽은 달랐다.

여인과 굳은 약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고향에 돌아가자 곧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다.

그의 아내는 곧 임신을 하여 사내아이를 낳았다. 그러나 아이가 석달쯤 된 어느 날, 어디선가 족제비가 나타나서는 아이의 목을 물어 죽이고 말았다.

그 부부는 매우 슬픔에 젖었으나 이내 털어 버리고 다시 아이를 가졌다.

아내가 두 번째 사내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되어 아기가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무렵, 아이는 우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쳐다보다가 우물에 빠져 목숨을 잃고 말았다.

깊은 슬픔에 빠진 아내는 남편에게 물었다.

"우리의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처럼 병이 들어 죽는다거나, 어디를 다쳐서 죽는다거나 했다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체념하고 말겠어요. 하지만 우리 아이는 둘 다 이상스럽고 기이하게 죽었어요. 여기에는 분명 어떤 까닭이 있을 거예요. 혹시 당신은 그 연유를 알고 있나요?"

아내는 집요하게 남편에게 캐물었다. 족제비와 우물의 얘기에서 남편은 지난 날의 일을 기억해 내었다. 그리고는 일찍이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아내가 말했다.

"당신이 그런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족제비와 우물이 애들을 죽게 만들었던거군요. 당신은 지금이라도 그분에게로 돌아가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젊은이는 아내의 권고대로 과거에 결혼을 약속했던 여인이 사는 마을로 갔다.

그리고는 그녀에 관한 소식을 물었다. 그의 질문을 받은 동네 사람은 혀부터 끌끌 찼다.

"가엾게도 그 여자는 제정신이 아니라오. 남자들이 결혼을 청하러 가면 옷을 찢고 물건을 집어던지고 미치광이가 된 다오. 전에는 참 단정한 아가씨였는데...."

그때의 아름답던 아가씨가 미치광이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젊은이는 실망이 되었다. 그러나 일단은 여자의 집으로 가서 그녀의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는 자기 딸과 결혼하겠다는 젊은이를 보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 딸은 정상이 아니라오."

"설령 그보다 더한 미치광이라도 저는 따님을 아내로 맞고 싶습니다."

아버지는 결혼에 필요한 증인을 불렀다. 그리고는 딸을 데려다가 결혼식을 올리라고 했다.

이윽고 젊은이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서자 그녀는 소문대로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이었다. 젊은이는 그녀에게로 다가가 귓가에 대고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족제비와 우물이 우리들의 증인이."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녀의 표정은 금새 밝아지며 미치광이 같던 행동은 사라지고 본래의 아름다운 여인의 표정이 나타났다. 그녀는 오랜 기다림이 끝난 반가움에 울먹이며 말했다.

"저는 당신과의 약속을 단 하루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두 사람은 많은 사람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을 했다. 그리고 많은 자녀를 두고 부자가 되어 행복하게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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