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무드 - 동물들의 언어를 배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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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언어를 배운 남자



솔로몬 왕에게는 매년 잊지 않고 찾아주는 친한 친구가 하나 있었다.

어느 해, 그 친구는 아주 훌륭한 선물을 들고 솔로몬 왕을 찾아왔다. 고마움을 느낀 왕은 그 친구에게 무엇인가 굉장한 선물을 주어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많은 보물을 하사하려 하자, 그 친구는 극구 마다했다.

"이것이 싫다면 다른 것을 말해보게. 내가 자네에게 무엇이든지 꼭 주고 싶어서 그러네."

"저의 가족은 대왕의 어진 다스림 덕분에 아무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왕께서 굳이 무언가를 주고 싶으시다면 제게 짐승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은 비결을 가르쳐 주십시오."

"친구여, 그것은 어렵지 않네. 그러나 그 소원은.... 그 소원은 절대로 비밀을 지키지 않으면 위험이 따르오. 만약 들었던 것을 한마디라도 누설한다면 그대는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되오."

"비밀은 꼭 지키겠습니다. 짐승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해선 맹세코 입을 열지 않겠습니다."

하는 수 없이 왕은 그 친구의 소원을 들어주었고 그 친구는 기쁜 마음으로 고향으로 돌아왔다.

어느 날, 그가 아내와 함께 집앞에 앉아 있는데 때마침 소가 밭일을 마치고 돌아오고 있었다. 그날 꾀병을 부려 집에 남아 있었던 당나귀가 소 곁으로 가서 말을 시켰다.

"여보게, 오늘 기분은 좀 어떤가?"

"고될 뿐이네. 재미란 없고 낮이나 밤이나 고된 노동에 시달리지."

"그러면 되나, 무엇보다도 몸을 소중히 돌봐야지. 자네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가르쳐 줄까?"

"방법, 그런 게 있는가? 그래, 좀 가르쳐 줘."

"오늘 밤엔 풀을 먹지 말게. 자네가 먹이를 먹지 않는 걸 보면 주인은 자네가 병이 들었는 줄 알 걸세. 그렇게 되면 주인이 당분간은 자네에게 힘든 일을 시키지 않을 걸세. 그러면 자네도 나처럼 멍에를 벗고 편히 쉴 수 있게 되네."

소는 그 방법이 그럴 듯하여 당나귀가 시키는 대로 했다.

날이 새어, 주인이 와서 보니 소는 그때까지 잠을 자고 있었고 당나귀는 소가 먹을 여물까지도 먹어치우고 있었다.

어제 두 짐승이 하던 대화를 생각하니 갑자기 우스워졌다. 주인은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큰 웃음 소리에 놀란 아내가 안채에서부터 뛰어 나오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아무 일도 아니오. 조금 우스운 일이 생각나서 그랬소."

주인은 곧 외양간을 맡고 있는 일꾼에게 일렀다.

"오늘은 소에게 일을 시키지 말게. 그 대신 당나귀를 끌고 나가서 소가 일할 몫까지 시키게나."

해질 무렵 되어서야 당나귀는 피곤에 지칠대로 지쳐 우리로 돌아왔다. 하루종일 외양간에서 쉬고 있던 소가 당나귀에게 물었다.

"여보게, 인간들이 나에 대해서 뭐라 하지 않던가?"

"왜 안하겠는가. 자네가 오물과 여물을 먹지 않는다면 도살하는 수밖에 없겠다고 하던걸."

깜짝 놀란 소는 얼른 여물통으로 달려가 거기에 담겨 있는 먹이를 모두 먹어치웠다.

주인은 이 두 짐승의 이야기를 듣고 당나귀의 착상이 너무도 우스워서 껄껄거리고 웃었다. 그때 그 웃음소리를 들은 아내가 토라지듯 말했다.

"어제는 당신이 큰 소리로 웃길래 무슨 좋은 일이 있어서 그러는가 보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오늘 또 당신이 웃는 것 보니, 분명히 나를 비웃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요. 도대체 왜 날 비웃는 거예요? 이유가 뭐죠. 당신이 내게 솔직히 말하기 전에는 난 당신과 말하지 않겠어요."

영문도 모르면서 부인이 화부터 내자 남편은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었다.

"그렇게 화내지 말아요. 내가 왜 웃는지를 설명해 주고 싶지만 내 목숨이 걸린 문제라...."

"그게 무슨 말같지 않은 소리예요? 그런 말을 믿을 것 같아요. 좋아요.

당신이 나한테 감추는 게 있는 모양인데.... 맘대로 하세요. 사실을 듣기 전에는 이제부터 물 한 모금도 안 마실 테니까."

"그러지 마오. 당신이 정 알고 싶다면 할 수 없구료. 내가 죽더라도 당신의 궁금증을 풀어주리다. 하지만 당신에게 고백하기 전에 몇 가지 일을 해 놓아야겠으니 오늘만 참아 주시오."

남편은 친구들을 모아 놓고는 뒷일을 부탁했다.

그는 집안에 개 한 마리를 길렀는데, 주인이 죽을 것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먹이도 먹지 않고 뜰을 슬픈 듯이 빙빙 돌 뿐이었다.

그때 수탉 한 마리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개 앞에 놓인 먹이를 맛있게 쪼아먹었다. 개는 수탉을 꾸짖었다.

"참 못됐구나. 주인어른께서 돌아가시려는 이 판국에 그래, 먹을게 생각나니? 도대체 은혜란 고는 하나도 모르는 놈이구나."

"우리 주인은 참 바보야. 그까짓 일로 죽을 게 뭐 있어!"

"나를 봐. 나는 암탉을 열씩이나 거느리고 있네. 그 열 자리 암탉들은 내 한 마디에 끔뻑 죽는다네. 그런데 우리 주인은 마누라 하나도 제대로 거느리지 못하고 있으니 바보지 뭔가. 여자한테 몽둥이가 최고야. 여자가 말을 안 듣는다 싶으면 굵은 몽둥이로 한번 때려줘 봐. 그러면 두 손을 싹싹 빌지 않고 배겨?"

수탉이 하는 말을 새겨들은 주인은 몽둥이를 가져다가 수탉이 말한 그대로 했다. 그리고 주인은 죽지 않아도 만사가 잘 해결되었다. 비록 올바른 해결책은 아니지만 목숨을 버리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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