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무드 - 솔로몬의 유혹을 이긴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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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유혹을 이긴 여인



솔로몬이 성전에 건축하기 위해 세계 곳곳의 여러 나라 왕과 제후들에게 사신을 보내어 건축분야에 뛰어난 기술자들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능력과 일의 양에 비례해서 그에 상응하는 좋은 대우를 해주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어떤 나라에 매우 훌륭한 기술자가 있었는데, 그는 아무리 좋은 대우를 해줄지라도 예루살렘에는 가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었다.

이유인즉, 그에겐 아름다운 아내가 있는데 혹시 자기가 집을 비운 사이에 나쁜 놈이 아내를 넘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아내를 혼자 두고 갈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 땅의 영주는 그 기술자를 특별히 불러 예루살렘에 가줄 것을 부탁했다.

"솔로몬 왕이 처음으로 부탁을 하는 건데 나로서는 이 부탁을 거절할 처지가 못되네. 솔로몬의 권세는 이 세상에서 으뜸이네. 자네가 성전 건축에 협력해 주시를 난 진심으로 바라네."

그 기술자는 영주의 간곡한 청에 못 이겨 그만 승낙을 하고 말았다. 그러나 막상 집으로 돌아와 아내의 아름다운 모습을 대하자 다시 걱정이 되기 시작하고 왜 승낙을 했는지 몹시 후회가 되었다. 아내는 남편의 어두운 얼굴을 보고는 그 이유를 물었다.

이윽고 남편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그의 아내는 걱정하지 말라며 남편을 위로했다.

"저 때문에 라면 아무 염려 마세요. 전 당신의 아내로서 언제까지나 몸을 단정히 지키고 있겠습니다. 영주님과 약속을 하셨다면 지키는 게 도리가 아닌가요?"

아내의 위로에 어느 정도 마음이 가라앉은 기술자는 그날 하루를 꼬박 아내와 지새고는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나 예루살렘에 갈 행장을 갖추었다. 아내는 떠나는 남편에게 삼가루를 들어있는 유리상자를 주었다.

"이 작은 상자를 항상 당신 곁에 두세요. 안에 삼가루들 사이에 불끼가 있는 석탄덩어리를 넣어두었습니다. 삼가루에 불을 붙지 않는 동안은 저의 몸이 정결한 상태이니 마음을 놓으십시오."

기술자는 부인이 준 유리상자를 몸에 지니고는 길을 나섰다. 이윽고 예루살렘에 도착한 그는 정성을 다하여 성전 건축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대왕은 그 기술자의 목에 매달려 있는 작은 유리 상자를 보게 되었다. 대왕은 궁금해서 무엇이냐고 물었고, 기술자는 그 자초지정을 숨김없이 이야기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난 왕은 용모가 수려한 젊은이 두 사람을 불러서는 기술자의 고향에 가서 그의 아내를 유혹해보라고 시켰다.

왕명을 받은 두 젊은이는 기술자의 고향으로 갔다. 그리고 기술자의 집에 찾아가 하룻밤 잠자리를 구했다. 기술자의 아내는 두 미남자를 상냥하고 친절하게 잘 접대해 주었다.

이윽고 밤이 깊어지자 그녀는 그 둘을 침실로 안내하여 편히 잠을 잘 수 있도록 하였다. 두 젊은이는 침대에 눕는 척하다가 장인의 아내를 유혹하기 위해 침실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문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장인의 아내가 젊은이들이 흑심을 품지 못하도록 침실 문을 바깥에서 잠궈 버렸던 것이다.

한편 솔로몬은 매일 기술자의 목에 매달린 상자를 유심히 관찰했다. 두 미남자를 보낸 지 꽤 여러 날이 지났건만 그 상자에는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조바심에 못견디게 된 솔로몬은 자신이 직접 그 여인을 유혹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변장을 하고 두 신하만을 데리고 장인의 집을 찾았다.

"저, 실례합니다. 지나가는 과객이올시다."

그 장인의 아내는 듣던대로 아름답고 정숙해 보였다. 이윽고 여인이 저녁상을 차려 내왔는데 상이 무척 훌륭했다. 영리한 그녀는 손님이 다름 아닌 솔로몬왕 임을 이미 눈치챘던 것이다.

여인은 각기 다른 색깔로 칠해진 계란들을 식탁에 올려 놓으며 말했다.

"드시옵소서. 대왕이시여."

"뭐라고! 지금 나를 대왕이라 부르셨소?"

"손님의 눈빛은 제왕의 위엄으로 번득이고 있습니다. 손님한테서 풍겨 나오는 현명함과 거룩함을 감히 몰라볼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솔로몬은 이 여인의 영특함에 놀라 한동안 할 말을 잊었다.

여인은 계속해서 말했다.

"대왕님, 이 계란을 한 개씩 드시면서 그 맛을 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대왕은 노란색, 빨간색 색깔대로 하나씩 들어 맛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말했다.

"껍질 색은 저마다 다르지만 맛은 전부 한가지구나."

"여자라고 하는 것은 이 계란과 같습니다. 얼굴이 예쁘고 미운 그런 차이는 있을지 모르나 그 속은 다 똑같습니다. 왕께서 저 때문에 이런 먼 길을 오셨다면 헛수고 하신 듯 합니다. 저는 왕을 섬기고 있는 여자이므로 왕께서 원하시는 대로 저를 취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자로 높이 이름이 나신 왕이시므로 이 세상의 모든 욕망은 덧없고 욕된 것이란 것을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솔로몬은 여인의 조리 있고 사리에 맞는 말을 듣고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장난이 심하였구나. 나의 생각이 짧아 너의 마음을 어지럽혔다면 미안하다. 너의 지조 있고 덕성스러움에 축복이 있기를."

그리고 솔로몬은 그녀에게 누이가 되어 달라고 말하고 값비싼 선물을 주고 예루살렘으로 되돌아갔다.

왕은 이 자랑스러운 여인의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전하고는 말했다.

"그대는 집에 돌아가도 좋다. 그토록 좋은 여인을 아내로 맞은 그대에게 축복이 있기를."

솔로몬은 다른 사람보다 열 배나 많은 보수와 상금을 기술자에게 선물하고는 고향으로 돌아가게 했다.

정숙한 여인 덕분에 왕으로부터 상금을 받고 칭찬을 들은 기술자는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의 아내를 더욱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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