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무드 - 말을 훔친 페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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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훔친 페니야



솔로몬은 시간이 나면 장기 두기를 즐겼다. 지혜롭기로 이름난 솔로몬이었던 만큼 그의 장기 기술은 상대방의 속마음을 꿰뚫어보듯 능수 능란하여서 한 번도 지는 일이 없었다.

어느 날, 솔로몬은 그의 고문인 베나야와 함께 장기를 두고 있었다. 깊이 생각을 하며 장기를 두어나가는 솔로몬인지라 장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베나야의 패색이 짙어졌다.

이제 베나야가 둘 차례였지만, 묘한 수가 나지 않아서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마침 성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는지라 호기심이 생긴 왕은 장기를 두다 말고 일어서서 창가로 가서는 밖을 내다보았다.

베나야는 그 틈을 타서 솔로몬의 장기 중에서 한 개를 슬쩍 감추어 버렸다.

왕은 다시 돌아왔지만, 말 한 개가 부족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계속 장기를 두었다. 시간이 흐르자 황의 형세는 차츰 불리해져 갔고 급기야 패한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항상 지기만 하던 베나야는 처음으로 승자가 되었다.

왕은 패했다는 데 대하여 화가 났다. 자기보다 잘 두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베나야가 유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것이다.

왕은 패한 이유를 알아보려고 처음에 시작할 때처럼 말을 늘어놓고는 곰곰히 생각하면서 처음부터 말을 한 개씩 한 개씩 두어 나갔다. 그리고는 마침내 말 한 마리가 중간에 없어져 버린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밖을 살피러 창가로 갔을 때 베나야가 말을 하나 숨긴 게 틀림없어. 패해 가던 베나야가 그 다음부터 이기기 시작했거든. 사람을 속이다니, 고약한 행동을 했구나. 내가 직접 대놓고 꾸짖지 않아도 스스로 고백하도록 하리라."

솔로몬은 그 후에도 베나야에게는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왕은 어둠이 깔린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얼굴이 험상궂고 어깨에 자루를 멘 두 사내가 무엇인가 수군대면서 지나가는 것이 눈에 띄었다.

차림새나 하는 짓거리로 보아 도둑질을 하러 가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되었다. 왕은 곧 방으로 돌아와서 왕의 옷을 벗고 허름한 평민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거리로 나가 그 두 사내를 따라갔다. 이윽고 두 사내와 만난 솔로몬은 그들과 인사를 한 후 좋은 계획을 하나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나도 과거엔 도둑질깨나 한다는 사람이었다오. 자, 여기 왕이 거처하는 방의 열쇠가 있소. 나는 그곳의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도 잘 알고 있소. 오래 전부터 왕궁을 털 생각으로 계획을 착착 세워왔는데 미처 용기가 나지 않아서 이럭저럭 시간만 낭비하고 말았소. 어떠시오, 형씨들. 나랑 한 번 일을 벌여 볼 생각이 없소?"

두 사내는 솔로몬의 계획을 좀더 자세히 듣고는 그럴싸하다고 판단을 내려 함께 일할 것을 승낙했다.

"왕궁의 구조를 잘 안다고 했소? 그럼, 그곳으로 들어가는 건 당신이 앞장서시오. 물건을 훔치는 일은 우리가 할 테니...."

"좋소. 하지만 지금은 일러서 안돼요. 좀더 기다렸다 합시다. 예루살렘 성이 아주 칠흑 같은 어둠에 잠길 때까지."

이윽고 시간이 흘러 한밤중이 되자 왕은 두 도둑에게 행동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솔로몬을 따라 궁전으로 들어간 두 도둑은 여기 저기 널려있는 진귀한 것들에 눈이 휘둥그레지며 아무 물건이나 집어서는 자루에 넣으려고 했다.

"이런 물건은 가져가나 마나 부피만 차지할 뿐이오. 저쪽으로 가면 이것보다 몇 배나 값나가는 보물들이 있으니 그 쪽으로 가도록 합시다."

생전 처음 보는 보물들에 얼이 빠진 도둑들은 왕이 이끄는 대로 따라 갔다.

"자, 마음껏 가지시오. 나는 그 동안 밖에 나가 망을 보고 있을 테니까."

왕은 방밖으로 나오자마자 문을 닫고 빗장을 걸었다. 그리고는 왕의 엄위를 갖추고 호위병을 불러들였다.

"내 방에 도둑이 들어있다. 지금 이 방에 들어있으니 절대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하라."

다음 날 아침, 왕은 재판을 열었다.

"이 곳에 계시는 장로 여러분들과 공명정대하신 방청객 여러분, 이 자리에 현장에서 잡힌 도둑이 있소. 그것도 보통이 물건이 아닌 국왕의 물건을 훔치려 했던 자요. 이자를 재판하고 싶은데 어떻게 벌하면 좋겠소?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군요."

왕의 말을 듣고 있는 베나야는 몰이 오돌오돌 떨리고 심장이 뚝 멎는 것만 같았다. '왕의 물건을 훔친 자'라고 했는데 그건 꼭 왕이 장기의 말을 훔친 자신을 두고 하는 말인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 법정은 자기를 처벌하려고 열린 재판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가만히 있으면 한층 무거운 벌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베나야는 얼른 왕 앞으로 나아가 그 앞에 무릎을 꿇고는 용서를 빌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그때 대왕님이 창가로 가셨을 때 제가 몰래 대왕님의 말 한 개를 숨겼습니다. 제가 이겼던 것은 그 때문이었습니다. 대왕님, 두 손 모아 비오니 제발 용서해 주시옵소서."

솔로몬은 진땀을 뻘뻘 흘리며 용서를 빌고 잇는 베나야의 모습을 내려다보고는 껄껄 웃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그 일 때문에 법정을 연 것은 아니오. 난 그런 사소한 일은 이미 잊은 지 오래요. 어제 저녁에 내 방에 들어와 보물을 훔쳐 가려고 하던 도둑을 잡았길래 그 도둑을 재판하려고 이 법정을 연 것이오. 법관 여러분, 부디 정당한 심판을 내려주기 바라오."

솔로몬은 이렇게 베나야를 직접 꾸짖지 않고도 베나야 스스로 실토하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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